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침묵에도 소리가 있다

완전한 고요 속에서 우리가 듣게 되는 것들. 무향실에서의 경험을 통해 배운 내면의 소리.

최윤아·
침묵에도 소리가 있다

무향실 체험

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방, 무향실(anechoic chamber). 99.99%의 소리를 흡수하는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평균 45분 이상 머물지 못한다고 합니다. 나는 그 안에서 1시간을 보냈습니다.

처음엔 그저 조용했습니다. 그러다 서서히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.

몸의 소리

심장 박동 소리가 가장 먼저 들렸습니다. 평소엔 의식하지 못했던, 나를 살아있게 하는 리듬. 그 다음은 혈액이 흐르는 소리, 미세한 귀울림 소리가 들렸습니다.

우리 몸은 결코 완전히 고요하지 않습니다.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소리입니다.

마음의 소리

15분쯤 지났을 때, 더 미묘한 것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. 생각이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 마치 파도 같았습니다. 감정이 물결처럼 밀려왔다 빠져나갔습니다.

외부 소음이 없으니 내면이 더 선명하게 보였습니다. 평소에는 바깥 소리에 묻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내 안의 움직임들.

침묵의 가르침

무향실을 나왔을 때, 세상이 달라 보였습니다. 거리의 소음조차 어딘가 음악처럼 들렸습니다. 모든 소리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.

그리고 깨달았습니다. 침묵은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, 모든 소리를 있는 그대로 들을 수 있는 상태라는 것을.

우리가 찾는 고요는 바깥에 없습니다. 소음 속에서도 내면의 고요를 유지할 수 있을 때, 우리는 진정한 침묵을 경험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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